세계혁신지수 보고서, 과학기술 클러스터 한국 3 곳
산학연관 커뮤니티 등 대덕 생태계, 보스턴과 닮은 꼴
"정치적 기준으로 선정 이미 실패 경험, 반복하지 않아야"

K바이오 핵심 랩센트럴 유치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생태계 기반이 아닌 몇몇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구도로 치달으며 바이오 관계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 생태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면은 배제된 상태에서 과열경쟁으로 자칫 K바이오의 생태계가 흩어지며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랩센트럴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보았다. 

랩센트럴((LabCentral)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이 가능한 공간이다. 대학, 연구소, 대학병원, 기업, 벤처캐피털로 이어지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구축된 생태계 속에서 창업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곳이다. 미국 동부가 바이오 메카로 부상한데는 보스톤의 랩센트럴을 비롯해 지역병원, 연구소, 바이오 벤처들이 역할을 했다. 

그럼 국내 랩센트럴 최적지는 어디일까. 바이오 관계자들은 생태계 활성화와 클러스터 형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전이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창업한 바이오 벤처, 인재 요람 KAIST, 임상이 가능한 병원 등 보스톤과 가장 닮아있다고 평가했다.

대전의 생태계 강점은 지난해 발표된 2020 세계혁신지수(GII·이하 혁신지수)에서도 볼 수 있다. 혁신지수는 코넬대학, 세계지적재산기구, 인사이드(유럽경영대학원으로 프랑스, 싱가포르, 아부다비 등 3개 캠퍼스와 연구센터) 등 7개 기관이 세계 각국의 혁신역량을 측정한 결과다. 2007년 10개국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131개국의 혁신 수준을 평가했다. 혁신 관련 투입, 산출 요소 7개 부문, 21개 항목, 80개 지표로 평가한다.

혁신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2020년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10위)과 싱가포르(8위)만 10위 안에 포함돼 있다. 스위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필란드 등 대부분 상위 소득 국가다. 2020년 혁신지수에서는 처음으로 10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논문, 특허 점유율 합) 지표도 도출했다. 미국이 25개로 가장 많고 중국 17개, 독일 8개, 일본 5개, 캐나다 4개, 한국(3개)순이다. 

과학기술 클러스터 분석 결과 한국은 서울(3위), 대전(22위), 부산(75위)이 100위권에 포함됐다. 인구당 지역 클러스터별 과학기술집약도에서는 대전이 7위로 서울 37위, 부산 79위보다 높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 벤처가 밀집된 대전의 특성상 집약적인 지식창출 활동을 수행하는 도시로 확인된 셈이다. 
 

2020 세계혁신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클러스터는 서울(3위) 대전(22위) 부산 (75위) 순이다.[사진= 세계혁신지수 갈무리]
2020 세계혁신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클러스터는 서울(3위) 대전(22위) 부산 (75위) 순이다.[사진= 세계혁신지수 갈무리]
대전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증가도 이같은 혁신지수와 맥을 같이한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가 공개한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 계통도에 의하면 2000년, 2005년, 2010년, 2015년, 2021년 기업이 큰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G생명과학, 대전 바이오융합센터를 중심으로 바이오 창업이 이뤄지며 자생적인 커뮤니티도 만들어졌다. 2015년 말 30개 바이오벤처와 연구기관, 병원, 지자체, 투자사 등 산학연관이 참여해 바이오헬스케어협회를 창립했다.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구축되며 혁신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전의 바이오헬스케어 벤처 증가 추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G생명과학, 바이오융합센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2000년, 2005년, 사진 아래 왼쪽부터 2015년, 2021년.[사진= 대덕넷 DB] 
대전의 바이오헬스케어 벤처 증가 추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G생명과학, 바이오융합센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2000년, 2005년, 사진 아래 왼쪽부터 2015년, 2021년.[사진= 대덕넷 DB] 
맹필재 회장에 의하면 현재는 대전·세종·오송을 넘어 다른 지역의 바이오벤처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간 협력과 교류를 위해서다. 현재는 70여개가 넘는 회원사, 180여명의 회원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바이오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혁신신약살롱 커뮤니티는 기업간 정보 공유의 중요한 장으로 알려진다. 특히 대전과 세종 사이 둔곡·신동지구에 바이오헬스케어 산업단지가 조성되며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또 바이오니아,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1세대 바이오헬스 벤처들이 조합을 설립, 후배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창업생태계가 탄탄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시기에도 대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은 그동안 다져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거액의 글로벌 기술이전에서 수도권을 제치고 대전의 바이오벤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의 해외 기술이전 계약 실적 9조4686억원(2020년 12월 3일 기준) 중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 이전 금액이 6조1871억원. 전체 중 65%를 차지했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에 비해 높은 금액이다.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원들은 인프라, 사람, 네트워크 등 바이오헬스케어 집적지 대덕바이오 생태계의 역량이 진가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지역병원,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자체 간 협력도 활발하다. 대전시는 2019년 바이오메디컬 분야 규제자유특구, 2020년 감염병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병원, 생명연과 화학연 등 출연연과 바이오벤처 간 협력도 급물살을 이루고 있다. 검체와 임상, 실험 등 기업이 어려운 부분을 병원, 출연연이 적극 지원하며 연구성과의 제품화도 빨라지고 있다.
 
혁신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감염병 상황 하에서 의학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협업의 속도와 효율성이 현재와 미래의 중요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대전의 바이오 생태계는 1996년 전민동 일원에 시작돼 20여년이 넘었다. 당시 출연연, 대기업 연구소 등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었기 때문에 바이오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커뮤니티는 당시 인바이오넷이라는 바이오 기업이 공간을 제공하며 여러 기업이 한공간에 모일 수 있었고 자생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덕의 바이오생태계는 출연연과 민간연의 연구자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벤처들이 지속해 탄생하고 인력양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대덕의 바이오 생태계는 단단한 신뢰로 구축된 것이다. 때문에 보스톤과 가장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기준으로 랩센트럴 입지가 결정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미 정치적으로 결정되며 실패로 평가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랩센트럴은 지난 3월 홍남기 부총리가 '제6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올해안에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5월 중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대전이외에 인천과 포항도 랩센트럴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은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타지역 바이오벤처의 인천 이전 의향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항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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