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⑩] 연창학 블록오디세이 대표
"세상 바꾸는 사람되고 싶다" 초중고 장래 희망 늘 'CEO'
"위조방지 넘어 금융사기 혁신기술 선보일 것"

블록오디세이를 창업한 연창학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정품인증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블록오디세이를 창업한 연창학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정품인증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초중고 장래희망으로 늘 CEO를 적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말고 내가 좋은 회사를 세우는 것이 목표였다. 대학에 간 이유도 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좋은 조건의 연수도, 높은 연봉 러브콜도 모두 거절했다. 

창업 하나만 바라본 청년은 KAIST 재학 중 친구들과 100만 원씩 모아 창업에 뛰어들어 1년만에 국내외 대기업의 투자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QR코드 촬영으로 상품의 위/변조 여부를 가리는 기술을 개발한 블록오디세이의 연창학 대표 이야기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투자유치액 30억 기업으로 성장한 블록오디세이는 KAIST 출신 연창학 대표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창업한 회사다.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정품인증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일명 '짝퉁'으로 불리는 약품이나 화장품, 식품 등으로 피해 보는 소비자 발생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창업 준비로 바빠 클럽, 단체미팅을 해본 적 없다는 연 대표는 블록오디세이 임원 중 가장 어리지만, 회사에 없어선 안 될 존재 중 하나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1주일 평균 3곳과 미팅하며 제안서 작업으로 밤을 새우는 게 필요한 날이 일상지만 그에게는 특유의 에너지와 패기가 느껴졌다. 세계적 기업들도 깜짝 놀란 자사의 이중 보안 블록체인 정품인증 솔루션으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보안 솔루션을 꿈꾸는 그들을 지난 3월 초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세상 바꾸는 사람 되고 싶던 청년, 창업 결심하다

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포스텍에 입학한 그는 유년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꿈으로 가득했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지만, 과학고를 다니며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한 번쯤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한쪽에 늘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변화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학자가 되어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거나 기술창업을 통해 신시장을 만드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았다. 당시엔 '학생 창업'이란 단어 자체가 대학에서 생소했다. 창업하겠다는 사람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창업에 대한 의욕이 꺾이니 의욕도 사라졌다. 연 대표의 1~2학년은 그야말로 멘탈 붕괴 시기였다. 

"세상을 변화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학자가 되어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거나 기술창업을 통해 신시장을 만드는 것이었죠. 연구도 해봤지만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기술기반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세상을 변화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학자가 되어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거나 기술창업을 통해 신시장을 만드는 것이었죠. 연구도 해봤지만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기술기반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그러던 찰나 기회가 왔다. 대학교 3학년이 되던 때 연구중심대학에서 가치 창출 대학으로 기조가 바뀌면서 창업에 대한 인식이 상승했다. 교내 창업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교내 창업센터가 생겼다. 포항시도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했다. 

학교의 창업 분위기로 그도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포스텍 창업 인큐베이터 학부생 대표 매니저 등을 맡으며 창업 준비를 착실히 해갔다. 대학생이지만 박사과정생들과 기업 프로젝트 3개를 도맡아 진행하며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를 기특하게 본 담당교수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학회에 학부생인 그를 보낼 정도로 아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학 예정이던 대학원이 있었지만, 그는 결국 창업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는 포스텍 출신 선배들의 모습이 본보기가 됐다. 그는 "연구실에서 치열하게 실험하고 논문을 써 새로운 과학지식을 만들어내지만, 그 성과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과정이 필요해 고민이 많았다. 그때 포스텍 창업 인큐베이터 매니저를 하면서 매주 포스텍 출신의 기업가 선배들을 만났고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생각했다"며 "그분들을 동경했고 창업으로 진로 방향을 바꾸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거절할 수 없었던 유혹, 러브콜 고사하고 창업의 길로

그는 현장업무를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로 상경해 2년간 핀테크 회사에서 개발을, IT 보안회사에서 신사업기획과 영업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러면서도 주말에는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과 아이템을 모색했다. AR 기술과 접목해 지하철 땅따먹기를 주제로 게임도 만들었는데 몇 주 뒤 AR 게임 포켓몬고가 대박이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단다. 그는 그 기점으로 본격 창업을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KAIST가 K-School의 석사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K-School는 논문을 쓰지 않아도 창업 실적만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그는 이곳에서 창업을 준비하기로 한다.

"첫 학기부터 창업팀을 만들었다"는 그는 몇 번의 사업을 구상하고 실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러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엎어지길 반복하면서 다른 창업팀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지분도, 연봉도 높은 수준에 고민도 컸지만 결국 고사했다. (해당 기업은 스타트업 대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동료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의 블록체인 기반 정품인증 솔루션에 정착했다. 

블록오디세이의 정품인증 솔루션은 소비자가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촬영만 하면 상품의 진위를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이 휴대전화로 제품의 QR코드를 촬영하면 어떤 공장에서 개발돼 어떤 루트로 이송됐고, 지금 어느 지점에서 해당 물건이 판매 중이라는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사진=블록오디세이] 
정품인증 솔루션은 그가 회사에 근무할 당시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는 "NFC칩 기반 정품인증 솔루션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NFC칩 가격이 개당 500원정도였는데 모든 제품에 부착해 판매해야 하는 특성상 팔수록 고정비가 커진다는 단점 등으로 사업에 실패했다"며 "비싸지 않은 QR코드와 블록체인을 합치면 고정비 없이 사업확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템도 정했겠다 관련 기술을 개발해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 블록오디세이다. 회사 이름의 의미를 묻자 연 대표가 쑥스러운 듯 말한다.

"사업 아이템에 따라 회사명이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이름을 붙이는 편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동료들이 쓰는 노트북 이름이 ‘오디세이’더라고요. 그렇게 블록오디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러 대회에 나갔습니다. 그렇게 상을 타고, 투자를 받고.. 그렇게 회사명이 됐네요(웃음)."

◆ 중국, 가짜약 먹고 매년 20만 명 사망, 자체개발 블록체인으로 해결 

"중국은 1년에 20만 명 이상이 가짜 약을 먹고 사망합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한 개의 특정 브랜드가 위조품으로 연간 4000억원 막대한 피해를 입어요. 이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죠." 

블록체인은 위변조와 해킹을 할 수 없는 안전한 저장공간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암호 화폐 기술로 널리 알려졌지만 디지털인증과 화물추적시스템, 안전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블록오디세이는 여러 기술 중에서도 위조문제 해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은 위조문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특수 잉크나 홀로그램 등을 제작해 진품에 부착하는 물리적인 보안 기술을 사용해왔지만, 식별성과 보안성에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해 복제를 막기 위해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지 못하니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의미가 없었다.

연 대표는 소비자가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촬영만 하면 상품의 진위를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객이 휴대전화로 제품의 QR코드를 촬영하면 어떤 공장에서 개발돼 어떤 루트로 이송됐고, 지금 어느 지점에서 해당 물건이 판매 중이라는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부산에서 판매 중인 제품 QR코드에서 '대구지점 판매'라는 내용이 나타난다면 이 제품은 정품이 아니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블록체인을 정품인증에 사용할 수 없었을까. 연 대표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 중 오픈소스 블록체인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국내외 대기업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보편적 오픈소스다. 하지만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블록체인 특성상 한 번 세팅된 값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연 대표는 "제품을 유통하다보면 거래처가 끊기거나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세팅 값을 바꾸는 유연성에 한계가 있어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유통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인텔과 세일즈포스 등이 개발한 '하이퍼레저 소투스'다. 하지만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달리 이 블록체인은 오픈소스가 없어 자체개발해야 한다. 연 대표와 동료들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이퍼레저 소투스기반 상용화 개발에 성공했다. 전 세계 가장 큰 블록체인 재단인 하이퍼레저 공식 홈페이지에도 블록오디세이의 코드를 소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세계최초 이중 보안 QR코드 기술과 QR코드 복제를 막기 위한 물리 보안 기술들 삽입해 안정성을 더 높였다.

블록오디세이 기술을 알아본 한 외국제약회사는 창업 5개월 차였던 연 대표에게 기술제휴를 제안했다.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특정 약품 몇 가지에 QR코드를 삽입해 납품했으며, 최종적으로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르면 올해 말, 전 세계로 유통되는 약품에 정품인증솔루션을 도입한다. 또 국내 대형 화장품 제조 및 유통회사의 지원을 받아 관련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복제품으로 매년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는 다양한 업체들과 인증 플랫폼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국가 차원의 위조품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국가 유통 블록체인 사업을 수주해 구축 중이다. 

◆ 금융서비스 개선, 세상 바꿀 혁신기술 선보일 것

블록체인은 위변조와 해킹을 할 수 없는 안전한 저장공간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암호 화폐 기술로 널리 알려졌지만 디지털인증과 화물추적시스템, 안전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블록오디세이는 여러 기술 중에서도 위조문제 해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블록오디세이]
블록체인은 위변조와 해킹을 할 수 없는 안전한 저장공간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암호 화폐 기술로 널리 알려졌지만 디지털인증과 화물추적시스템, 안전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블록오디세이는 여러 기술 중에서도 위조문제 해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블록오디세이]
"위조방지는 저희가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표의 1단계입니다. 물류유통 관련 금융업으로의 진출이 최종 목표입니다."

포털검색창에 '육류담보대출'을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사기 피해뉴스가 상단에 검색된다. 유통업자가 냉동고기를 맡기면서 담보확인증을 발급받아 대출을 받는 제도다. 모든 육류를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고기의 부위를 속이거나 잘못된 유통관리 등으로 매년 큰 손실이 일어난다. 

블록오디세이는 육류담보대출 방식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물류유통과정을 수집해 고객에게 서비스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며 유통 담보대출 시장 혁신 선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사업가로 성공한 후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 중 하나가 모교인 포항공대와 KAIST 연창학관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지원하고 싶다. 

"학교에 다닐 때 사업으로 성공한 많은 선배가 저희에게 모범을 보여주시고 사업가라면 이런 길을 가야 한다는 본보기가 되어주셨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크기도 작고 자원도 부족한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기술창업이 많아져야 해요. 기술창업에서 유의미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역사적으로 이름 한 줄 남길 수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즐겁고 재밌게 일해보겠습니다."

블록오디세이 직원들 [사진=블록오디세이]
블록오디세이 직원들 [사진=블록오디세이]

◆블록오디세이

블록오디세이는 연창학 대표가 KAIST 재학 중 친구들과 100만원씩 모아 창업한 회사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정품인증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을 유통에 활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며 여기에 세계최초 이중 보안 QR코드 기술과 QR코드 복제를 막기 위한 물리 보안기술 등을 삽입해 안전성을 높였다. 국내외 대기업 등에 관련 기술을 납품 예정이다. 연 대표는 위조방지 기술을 시작으로 물류유통 관련 금융업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 2018년 5월 
▲투자: 18년 퓨처플레이 투자 (0.5억원)
          18년 아모레퍼시픽 투자 (1억원)
          19년 산업은행 투자 (0.5억원)
          21년 삼양화학그룹 투자 (8억원)
          21년 HASHED 투자 (20억원)
▲특징: KAIST 출신 창업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27길 6 태주빌딩 4층/대전 유성구 대학로291, 8층
▲문의: 02-2088-6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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