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①]김건수 큐로셀 대표, 누적 투자액 615억원
LG생명과학·차바이오텍 등 거쳐 창업···면역항암제 도전장
CAR-T 최고 전문가 영입, 삼성서울병원 내 GMP시설 구축

미래는 불확실 세계입니다. 꿈꾸는 이들로 세상은 변합니다. 기술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젊은 창업가들입니다. 자신만의 꿈을 꾸고 오지 않은 미래로 나아갑니다. 기술 변화와 신종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이들입니다. 대덕넷 창립 20주년을 맞아 젊은창업가들이 바꾸는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조명합니다. 기획 시리즈명은 젊은 창업가입니다. 매주 보도될 기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큐로셀은 2016년 12월 대전 유성구 부지에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CAR-T세포 치료제만을 개발하는 벤처로 현재까지 총 615억원을 투자 받았다. 사진 가운데는 김건수 대표. [사진=큐로셀]
큐로셀은 2016년 12월 대전 유성구 부지에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CAR-T세포 치료제만을 개발하는 벤처로 현재까지 총 615억원을 투자 받았다. 사진 가운데는 김건수 대표. [사진=큐로셀]

36명 벤처가 없던 길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CAR-T세포 치료제만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바이오벤처 '큐로셀' 얘기다. CAR-T세포 치료제는 말기 혈액암 환자 치료에서 80%까지 차도를 보이면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허가한 면역항암제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기술 축적이 이뤄지지 않아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대덕 바이오벤처 큐로셀은 글로벌 제약사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입증하며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큐로셀은 T세포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붙이는 유전자 조작을 넘어 면역관문 수용체 2종(PD1, TIGIT)을 제거하는 독보적 기술로 도전장을 던졌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대다수가 면역관문 수용체 하나(PD1)만을 제거한다. T세포 표면에는 면역관문 수용체가 여러 개 있는데, 여기에 암세포가 악수를 하듯 들러붙으면 T세포가 기능을 상실한다.

김건수 대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T세포에 CAR를 붙이는 건 어느 기업이나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대다수 기업들이 PD1 면역관문 수용체 하나만을 제거하지만, 내부에서 여러 조합을 테스트해본 결과 PD1과 TIGIT을 없앴을 때 CAR-T 치료 효능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큐로셀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알아본 건 국내 투자사들과 삼성서울병원이다. 큐로셀은 현재까지 총 615억원을 투자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큐로셀이 개발하고 있는 CAR-T세포 치료제를 원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 공간 495m2(150평)까지 내줬다. 그곳에 올해 초 CAR-T세포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이 완공됐다. 시운전과 자체 생산 테스트까지 끝난 상황으로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큐로셀은 현재까지 총 615억원을 투자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큐로셀이 개발하고 있는 CAR-T세포 치료제를 원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 공간 495m2(150평)까지 내줬다. 큐로셀 실험실 모습. [사진=큐로셀]
큐로셀은 현재까지 총 615억원을 투자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큐로셀이 개발하고 있는 CAR-T세포 치료제를 원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 공간 495m2(150평)까지 내줬다. 큐로셀 실험실 모습. [사진=큐로셀]

◆ 개척 정신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틀에 박힌 일보단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새로운 일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그는 연세대 생명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당시 한화석유화학중앙연구소, LG생명과학, 차바이오텍 등을 거치면서 CAR-NK세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5년 CAR-NK세포 치료제를 시작으로 CAR-T세포 치료제를 독학하던 시기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그는 운명처럼 면역항암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벤처를 설립해 이전에 없던 길을 나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암 환자에게 CAR-T세포 치료제는 마지막까지 해볼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치료"라면서 "암 환자에게 효능이 있다고 증명된 만큼 국내에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치료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연구개발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늘 있는 것이고 그걸 난관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내에서 CAR-T는 모든 게 처음이기 때문에 물건을 사거나 원료를 주문 생산해야 하는 상황 하나하나가 난관이지만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김 대표는 연구원 생활을 본격 시작한 2000년부터 창업 전까지 커리어 15년을 연구자와 기획자로 절반을 살았다. 그는 이 시기 연구에 대한 전문성도 키웠지만, 기획자로서 커뮤니케이션 내공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기획 일을 하면서 얻은 건 사람들 간 이해관계 조정이나 연구 분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내공을 통해 큐로셀을 CAR-T 최고 전문가들로 채웠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를 통해 김찬혁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를 소개 받아 사업을 고도화시켰고, 항체 전문가인 심현보 이화여대 교수도 영입했다. LG화학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책임지던 김형철 현 큐로셀 상무를 데리고 오기도 했다. 기획 일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내공, 사람 만나는 일에 거리낌 없는 김 대표의 능력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김 대표는 "혹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창업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어느 기업보다 창업 멤버들이 훌륭하고 아이템도 세계적으로 유망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불안할 요소가 없는 비즈니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 GMP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도 김 대표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을 직접 찾아 나섰다. 당시 CAR-T세포 치료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그간 쌓아 온 내공과 기술력으로 삼성서울병원 내부에 GMP 시설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라며 "사람 안 만나고 일할 수 없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든 부딪쳐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핵심 인력을 모으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하는 CAR-T세포 치료제 생산을 위해 GMP 시설 구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반 위에서 림프종 임상 시작이 목표이고 백혈병, 다발성골수종까지 범위를 넓혀가겠다"며 "혈액암뿐만 아니라 고형암에서도 CAR-T를 쓸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CAR-T 기술과 큐로셀 차별성 

환자 혈액 채취→ 백혈구에서 T세포(면역세포) 분리 → 유전자 조작을 통해 T세포에 특정 암을 인식하는 유전자(CAR)를 삽입 → *T세포에 있는 면역 관문 수용체(PD1, TIGIT) 2종 제거 → T세포 배양 → 환자에게 투약.

*큐로셀은 면역세포(T세포)에 있는 면역 관문 수용체 2종(PD1, TIGIT)을 제거해 CAR-T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독보적이다. 암세포는 T세포 표면 면역관문 수용체에 달라 붙어 T세포 면역 기능을 무력화 시킨다. 대다수 바이오 기업은 PD1이라는 면역 관문 수용체를 제거하는 것과 달리 큐로셀은 PD1과 TIGIT을 제거해 CAR-T 효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림프구(Lymphocyte)

림프구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중심 세포다. 우리 몸 속에는 감염원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계 세포 '백혈구'가 있다. 전체 백혈구 중 약 25% 정도를 차지하는 세포를 림프구라 일컫는다. 림프구는 적응 면역과 항원 특이성, 수용체의 다양성, 기억, 자기 비자기 구분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림프구는 조혈모세포에서 만들어지며 성숙된 림프구는 기능에 따라 B세포와 T세포로 나눌 수 있다.

☞ T세포(T cell)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림프구는 B세포와 T세포가 있다. B세포는 체내에 침입한 세균·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든다. T세포는 몸속에서 여러 기능을 하는데, 그중 면역에서 기억능력을 지녀 B세포에 정보를 제공해 항체 생성을 돕는다. 특히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능력을 지닌다. 이 뿐만 아니라 면역 활동을 적절히 조절하는 기능도 지닌다.

☞ CAR-T세포 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   

환자 혈액에서 얻은 T세포와 암을 잘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유전자 조작해 만든 세포 치료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암세포에 반응하는 수용체 DNA를 T세포에 주입하고 증식 시켜 몸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암세포와 수용체가 '열쇠와 자물쇠'처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다. CAR-T 세포 치료제는 정상 세포 손상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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