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창업가⑬]김재원 엘리스 대표
KAIST '수작업 코딩 채점' 비효율 바꿀 시스템 개발
"SW엔지니어 대우 받는 세상 만들고 싶어"

김재원 엘리스 대표는 KAIST 조교 시절 교내 코딩 채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창업에 도전했다. 매년 매출 신기록을 찍으며 성장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다들 외국에서 학위 하고 싶어 안달인데 굳이 왜 돌아왔냐'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청년이 매년 2~3배 매출 신기록을 쓰는 벤처를 세워 화제다. 주인공은 국내 첫 온라인 소프트웨어 교육플랫폼을 선보인 '엘리스'의 창업자 김재원 대표다. KAIST를 시작으로 DGIST, 서울대, MIT 등에서 사용하는 온라인코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로 불리는 AI(인공지능), IoT(사물형인터넷)등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는 코딩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코딩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린이, 어른 상관없이 코딩교육 붐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강사가 부족한 상태다. 

김 대표는 코딩수업 교과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불편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친구들과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미래산업 기반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온라인 코딩교육의 질을 개선해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 IT강국의 현실 '수기채점'? AI가 대신 코딩채점, 창업으로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학업 후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외국 IT 통신기업에서 일하며 빅데이터와 기계학습 등을 접했다. 회사 내부 직원들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어떤 사람과 매칭을 했을 때 효율적으로 업무 수행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I에 관심을 갖게됐고 대학원 진학을 꿈꿨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으로 유학을 결정했다. 그는 "IT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생활에 기대가 컸다"면서 KAIST 전산학부 박사과정생으로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엘리스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단순히  코딩교육을 듣는 플랫폼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학습성취도를 분석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궁금한 부분은 전문 튜터에게 질문할 수도 있다. 또 표절검사기능 등을 추가해 시험용 프로그램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KAIST, DGIST 등 대학을 넘어 대기업, 정부 등과 손을 잡고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엘리스 제공]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빠른 인터넷에 비해 빈약한 교육 소프트웨어였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실습실에 간다고 하면 가상환경에 접속해 다양한 실습이 일반적이었으나 한국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하나 하려면 재설치하는 과정 등이 필요해 복잡했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이대로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던 때는 2015년 조교 당시 실습 시험지 채점을 하면서다. KAIST는 모든 학생들이 코딩수업을 듣게 되어 있는데 코딩채점을 위해 학생들의 코드를 이메일, 게시판으로 받아 조교 컴퓨터로 실행해보고 채점해서 프린트물에 피드백을 적어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조교들은 채점을 위해 일일히 한줄 한줄 코딩을 읽어나가야했고, 채점할 때마다 밤을 세워야 하는 비효율적 업무환경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당시 조교였던 김 대표는 KAIST 인공지능연구실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개월 노력 끝에 코딩 교육프로그램 '엘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엘리스'는 김 대표의 지도교수인 오혜연 교수 영문 이름에서 따오고 첫 스펠링만 'e'로 바꿨다. 

AI가 시험지를 채점하는 방식으로 학내 시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KAIST는 코딩 시험 대부분을 엘리스 프로그램에 의지하고 있다. 엘리스는 채점을 시작으로 개인 노트북을 넘어 플랫폼에서 코딩실습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6000여명 이상의 KAIST 학생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 4명이서 시작한 엘리스, 60명으로

"연구 논문도 쓰고 졸업도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죠. 여기에 KAIST내 창업분위기까지 좋다보니 여러 대회에 나가 우승도 하게됐습니다. 우리 기술이 통하겠구나... 창업을 결정했죠."

엘리스를 만든 김 대표와 친구들은 졸업 대신 '창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창업을 지원하는 KAIST내 다양한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여러 창업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창업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전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했다. 4명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60명으로 늘었다.

엘리스를 공동 창업한 김재원, 김수인 박사. 그리고 두 사람의 지도교수 오혜연 교수.[사진=엘리스 제공]
수요도 늘면서 서비스도 확장했다. 현재는 코딩 채점을 넘어 온라인 코딩 실습환경과 부정방지 가능 시험 모니터링 강의실 등 다양한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AI를 활용해 학습 성취도를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실습문제를 내줄 수 있으며, 온라인 시험을 위해 표절검사 기능도 추가했다. 학생이 입력한 코드가 한 글자씩 초단위로 저장되기 때문에 붙여넣을 경우 파악이 가능하다. 또 유사도 분석을 통해 비슷한 코드를 가진 그룹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문제를 풀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전문 튜터가 빨리 응답해준다. 시스템은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그는 "AI가 비슷한 유형의 질문에 대해 학습하고 대답하도록 해 10분안에 응답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AIST, DGIST 등 대학 뿐 아니라 포스코, SK 그룹, KT 등 10여개가 넘는 국내 대기업 코딩 선생님으로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손잡고 다양한 코딩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작년 매출 35억을 달성했고, 올해는 150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엘리스의 온라인 코딩교육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한 국내 회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끊김 없이 화상교육이 가능한 프로그램 구축과 온라인 녹화기능을 통해 얻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통해 부정행위를 분석 가능하다"며 기술에 자신감을 보였다. 
 

엘리스는 대전에서 창업했지만 온오프라인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서울 기업 대상으로 교육이 늘면서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 층은 임직원 연구실, 한 층은 교육 전용 공간으로 쓴다. 서울 사무실을 확장했지만 김 대표는 "대전에서 시작했기에 연구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추후 대전에 연구소를 세우고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꿈꾸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엘리스는 대전에서 창업했지만 온오프라인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서울 기업 대상으로 교육이 늘면서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 층은 임직원 연구실, 한 층은 교육 전용 공간으로 쓴다. 서울 사무실을 확장했지만 김 대표는 "대전에서 시작했기에 연구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추후 대전에 연구소를 세우고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꿈꾸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 "늘 그리운 대전, 연구소 세우고 싶어"

"지금은 사정상 서울에 더 큰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언제든 대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엘리스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주목받으며 매출 신기록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 교육이 100%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프라인과 협업해야 더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보고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기 위한 사무실도 운영 중이다. 현재 강남 사무실 한층은 임직원이, 한 층은 교육시설로 만들어 사용 중이다. 

"대전에 1호 사무실을 냈지만, 오프라인 교육도 함께하다 보니 기업 수요에 따라 서울 사무실 비중이 커졌다"는 이 대표는 유년 시절을 보냈던 미국과 캐나다와 비슷한 분위기와 환경을 가진 대전을 늘 그리워한다. 이 대표는 언젠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갈 날을 꿈꾼다. 그는 "KAIST 분위기와, 연구환경이 잘 갖춰진 대전이었기에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고 창업도 가능했다"며 "기업교육으로 서울에 와있지만, 대전에 연구소를 세워 다양한 플랫폼 개발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꿈을 묻자 두가지를 꼽았다. 제대로된 코딩 교육시스템 마련과 엔지니어가 더 대우 받는 세상이다.

그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부 정책을 펼치는 공학도가 많지 않아서인지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며 "장기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제대로 배우고 사회에서도 대우받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삶은 앞으로 더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산업 기반인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 교육 기반을 잘 마련하고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딩은 무수한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사고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논리적 해결능력에도 도움이 된다"며 "코딩교육을 받은 모두가 꼭 개발자가 돼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기획자가 될 수도 있는 분들이 소프트웨어를 친숙하게 생각한다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코딩 교육을 권하기도 했다. 
 

◆ 엘리스는?

엘리스는 KAIST 박사과정생들이 교내용 인공지능 코딩 채점시스템 개발을 계기로 창업한 기업이다. 채점을 넘어 코딩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KAIST 누적 6000여명 학생의 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DGIST, 서울대 등 대학교육을 넘어 포스코, LG화학, SKT 등 기업교육에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매년 2~3배 성장하며 매출 신기록을 쓰고 있다.

▲설립 : 2015년 11월 
▲투자 및 기업 도입 내역 
2015년 8월 KAIST AI 연구실 플랫폼 최초개발
2016년 KAIST, DGIST 도입계약
2018년 Series A 알토스벤쳐스 투자 유치 28억
2018년 3월 MIT 시범운영, CJ, GS SHOP 사내교육 도입
2019년 4월 삼성 SDS, LG CNS,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SK매직 도입
2019년 10월 기업은행 전사교육 도입
2020년 9월 Series B 삼성벤처투자 외 3곳 투자유치 총 105억
▲특징 : KAIST 창업
▲위치 : 대전광역시 유성구 문지로 193 KAIST 문지캠퍼스 진리관 T201
                강남구 선릉로 433 세방빌딩 16층

 "미래산업 기반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교육 기반을 잘 마련하고 양성하는 것이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제대로 배우고 사회에서도 대우받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미래산업 기반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교육 기반을 잘 마련하고 양성하는 것이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제대로 배우고 사회에서도 대우받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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