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②]혈액종양내과 전문의,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협십증 치료제였던 비아그라처럼···기존신약, AI로 새 약효 찾아
230억원 투자유치 "삶과 죽음 경계에 있는 암 환자에 도움되길"
김 대표는 2015년부터 진료와 벤처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조선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4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의 과정을 거치고 2015년부터 대전에 위치한 유성선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암 환자를 치료해왔다. 그는 진료에 전념하면서도 오후 시간을 활용해 기업을 일궈왔다.
온코크로스 대표 성과 중 하나인 근감소증(Sarcopenia) 치료제 후보물질은 암 치료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근감소증만 해결해도 연명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 대표와 연구진은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지난 6월 한국파마에 기술이전했다. 한국파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온코크로스 누적 투자 유치액은 230억원이다. 2018년 액셀러레이터 에스엠시노(SMSINO)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았고, 2019년 시리즈 A 단계에서 6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투자 기관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우신벤처투자, 지앤텍벤처투자 등이다. 2020년 시리즈 B 단계에선 165억원을 투자 받았다. 투자 기관은 시리즈 A 단계에 참여했던 벤처캐피털(VC)이 대거 참여했다.
◆ AI는 알고 있다···'A신약, B질환에 써라'
김 대표는 박사학위 당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수에서 '연구하는 의사'들을 보며 창업의 길을 봤다고 한다. 당시 인연이 됐던 최진우 경희대 약대 교수와 의기투합해 2015년 6월 온코크로스를 서울 공덕역 인근에 창업했다. AI 신약 벤처들과 온코크로스는 사업 접근법이 다르다.
국내 AI 신약 벤처들은 타깃 하는 질환에 잘 맞는 약의 구조를 예측한다면, 온코크로스는 이미 있는 약을 활용한다. 거대 제약사가 개발 중이거나 실패했던 신약을 가져와 AI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방식이다. 협심증 치료제였던 비아그라가 남성 성질환 치료제로 쓰인 것처럼 신약의 새로운 쓰임새를 모색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약사가 약물 하나를 개발하는 과정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며 "제약사 입장에선 A라는 적응증을 타깃했는데 AI를 통해 B나 C적응증에 쓸 수 있다고 하면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이어 "개발 중인 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과정에선 거대 제약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벤처로서도 리스크가 작다"며 "바이오 업계에서 약물 하나만을 가지고 있어 기업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AI를 활용하면 여러 적응증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의사 15년, 최대 자산 '인적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크에 강점을 지니는 만큼 대형 병원과 협업의 기회도 늘어났다. 현재 온코크로스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양산 부산대병원, 조선대병원 등과 협업하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과는 소아희귀내전증 질환인 드라벳 증후군(Dravet Syndrome)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다수 병원과는 암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온코크로스는 기원 불명 암(CUP·Carcinoma of Unknown Primary) 진단 분야 개척까지 나섰다. 모든 암은 발병 근원이 되는 곳, 원발(原發) 부위가 있다. 그러나 원발 부위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암이 발견됐으나 어느 곳에서 기원해 확산, 전이했는지 알 수 없는 발암종을 CUP이라 지칭한다. 온코크로스는 현재까지 암 환자 조직 2만개, 정상 조직 6000개를 AI로 학습시켰다. 그 결과 암에서만 특이 발현하는 유전자 384개를 뽑았다. 온코크로스에 따르면 AI를 통해 CUP의 발병 시작점을 진단하는 정확도가 98%에 이른다고 한다.
◆ 글로벌 진출 목표
온코크로스는 글로벌 진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현재 미국 지사와 중국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고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업에 나섰다. 최근 베링거잉겔하임 신약 후보물질을 분석하면서 글로벌 공략의 첫 발을 뗐다.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협업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새로운 방식으로 암 정복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 치료 쪽을 보고 있다"며 "희귀질환은 새로운 약으로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며 "기존의 약에서 적응증을 찾을 수 있다면 환자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암 환자들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도록 치료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앞으로 암이면 가장 좋겠지만, 어떤 질환이든 하나라도 정복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2005년 조선대 의과대학 학사
▲2005년~2010년 서울아산병원 인턴·레지던트 내과 전문의
▲2010년~2014년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2014년~2015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의
▲2015년 유성선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2015년 06월 AI 신약벤처 온코크로스 창업
▲2018년 11월 5억원 초기 투자 유치
▲2019년 06월 60억원 시리즈A 투자 유치
▲2020년 08월 165억원 시리즈B 투자 유치
◆ 용어 설명
☞기원 불명 암(CUP·Carcinoma of Unknown Primary)
모든 암은 발병 근원이 되는 곳, 원발(原發) 부위가 있다. 그러나 원발 부위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암이 발견됐으나 어느 곳에서 기원해 확산, 전이했는지 알 수 없는 발암종을 CUP라 지칭한다.
온코크로스는 CUP 진단 분야 개척에 나섰다. 현재까지 암 환자 조직 2만개, 정상 조직 6000개를 인공지능(AI)으로 학습시켰다. 그 결과 암에서만 특이 발현하는 유전자 384개를 뽑았다. 온코크로스에 따르면 AI를 통해 CUP의 발병 시작점을 진단하는 정확도가 98%에 이른다고 한다. 암 시작점을 알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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